2026년 3월,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이 9년 만에 송환됐다. 1월에는 황하나가 구속기소됐다. 경찰은 6개월 집중단속으로 6,648명을 검거했고, 관세청은 2025년 역대 최고 적발량을 기록했다.
겉으로 보면 잘 잡고 있는 것 같다. 뉴스도 나오고, 검거 인원도 2만 명대고, 큰 건도 터진다.
근데 이 글에서 하나만 물어보려고 한다. 지금 잡히고 있는 건 누구이고, 못 잡히고 있는 건 누구인가.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수록된 마약사범 검거 인원 추이다.
| 연도 | 검거 인원 | 전년 대비 |
|---|---|---|
| 2019 | 16,044명 | - |
| 2020 | 18,050명 | +12.5% |
| 2021 | 16,153명 | -10.5% |
| 2022 | 18,395명 | +13.9% |
| 2023 | 27,611명 | +50.1% |
| 2024 | 23,022명 | -16.6% |
| 2025 | ~20,000명 (추정) | -13% 내외 |
2023년이 비정상적으로 높았을 뿐이고 지금은 정상화 과정이라는 해석이 있다. 기저효과라는 거다. 이 해석은 두 가지를 간과한다.
첫째, 2023년이 높았던 건 수사력 투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2023년 4월 범정부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하면서 검찰·경찰·관세청 마약 수사 전담 인원 👤 840명 이 투입됐다. 인력을 넣었더니 그만큼 잡힌 거다. 숨어있던 사람들이 드러난 것에 가깝다.
둘째, 2024~2025년에 마약 자체가 줄었다는 증거가 없다. 오히려 반대다. 관세청 발표 기준 2025년 국경 적발량은 역대 최고인 3,318kg으로 전년 대비 321% 증가했다. 온라인 거래 비중은 47.9%까지 치솟았고, 필로폰 1회 투약분 가격은 3만 5천 원선까지 내려갔다. 피자 한 판 가격이다. 가격이 떨어졌다는 건 경제학적으로 공급이 늘었다는 뜻이다.
한국중독범죄학회는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을 28.57배로 추정한다. 검거된 1명당 약 29명이 검거되지 않은 채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자기보고식 설문과 검거 통계를 교차 비교한 추정이므로 정밀도에 한계가 있지만, 실제 투약 규모가 검거 인원의 수십 배에 달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학계에서 이견이 거의 없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실제 투약자 추정치는 약 78만 명. 검거 인원이 줄었다는 건 나머지 수십만 명에 대한 수사망이 더 느슨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활비는 수사기관이 기밀 수사에 쓰는 예산이다. 위장 구매, 비밀 정보원 운영, 온라인 잠입 수사 같은 것들. 이 예산이 2023년 말 10% 삭감(2024년도 예산)을 거쳐, 2024년 11월 전액 삭감(2025년도 예산)됐다. 검찰 특활비 80억 900만 원과 특정업무경비 506억 원이 0원이 됐다. 경찰 특활비도 마찬가지.
삭감 전후를 비교하면 인과관계가 선명하다. 조선일보가 법무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보도를 보면:
위장 거래가 33건에서 0건이 됐다. "감소"가 아니라 "소멸"이다. 위장 거래 한 건에 약 💰 400만원 이 드는데, 예산이 0원이면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압수영장 청구는 월평균 424건에서 254건으로 40% 줄었는데, 같은 시기 국경 적발량은 46% 늘고 온라인 거래 비중은 48%까지 치솟았다. 수사해야 할 대상은 폭증하는데 수사 착수는 급감한 거다. 디지털 포렌식 현장 지원도 2025년 1~3월 407건으로 전년 동기 736건 대비 크게 줄었다.
수사관들 사이에서 "내돈내수(내 돈 내고 내가 수사)"가 올해 수사 트렌드라는 자조가 나온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케타민 밀수범 4명을 검거할 때 수사관 식비를 담당 검사가 사비로 부담했다.
여기서 핵심은 이거다. 위장 거래 0건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수사 한 건이 줄었다"가 아니다. 위장 거래는 말단 구매자를 잡는 도구가 아니라, 말단에서 시작해 상위 유통망까지 추적하는 유일한 진입 경로다. 바이어로 잠입해서 셀러를 만나고, 그 셀러의 공급 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구조. 이 경로가 막혔다는 건 조직 수사 자체가 멈췄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5년 이후 검찰의 대형 마약 조직 검거는 감소하고 있고, 대신 현장 적발이나 첩보 기반 단건 검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특활비를 삭감한 배경에는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명절 떡값, 공기청정기 렌탈비, 회식비 같은 데 특활비를 돌려 쓴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가 칼을 빼든 맥락 자체는 이해한다. 근데 그 칼이 너무 컸다. 떡값 쓴 사람을 처벌하면 될 일을,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면 마약 수사까지 멈춘다. 그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텔레그램 마약 거래의 구조를 보면 안다. 판매자가 텔레그램 채널에 상품을 올린다. 구매자가 연락한다. 가상화폐로 결제한다. 판매자가 마약을 야산이나 화단에 숨겨놓고 GPS 좌표를 보낸다. "던지기"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는다. 텔레그램 계정은 해외 번호로 만들고, 결제는 가상화폐, 물건 전달은 무인 은닉. 추적할 접점이 극히 적다.
IP 추적이나 디지털 포렌식만으로 이 구조를 뚫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텔레그램이 2024년 10월 이후 한국 경찰 요청에 95% 이상 응답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근데 그 95%의 실질을 봐야 한다. 텔레그램이 제공하는 건 계정에 연결된 전화번호, IP 주소 같은 기본 가입 정보다. 대화 내용은 종단간 암호화(비밀 채팅)가 걸려 있으면 텔레그램 자체도 볼 수 없고, 일반 채팅이라도 과거 대화 이력 전체를 넘기려면 별도의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판매자가 해외 선불폰으로 가입하고, VPN을 쓰고, 일정 주기로 계정을 갈아타면 가입 정보만으로는 추적이 끊긴다. 95%라는 숫자가 주는 인상과 실제 수사 활용도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위장수사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바이어가 돼야 셀러를 만날 수 있다. 구매자로 잠입해서 실제 거래를 시도해야 판매자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고, 그 판매자를 통해 상위 유통망까지 올라갈 수 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방법론의 문제다.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웅혁 교수는 "텔레그램이 주 판매처인 마약상 검거를 위해서는 위장수사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도 2025년 공식적으로 "마약 비대면 거래 급증, 위장수사 도입 필요"를 인정했다.
참고로 미국 DEA(마약단속국) 예산은 30억 달러(약 4조 원) 이상이다. 위장수사는 DEA의 핵심 수사 기법이고, 별도의 감사 체계(Attorney General Exempt Operations)를 통해 투명성과 수사력을 동시에 확보한다. 한국과 미국의 마약 규모는 다르지만, "위장수사 예산 0원"인 나라는 없다.
관세청 발표 기준, 2025년 국경 적발량 3,318kg. 전년 대비 321% 증가. 2026년 1분기도 302건/180kg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 여행자 밀수는 건수 128%, 중량 78% 급증했다. 인천공항만이 아니라 제주, 김해 등 지방공항까지 루트가 다변화됐고, 아프리카발 유입이 유럽을 추월했다.
밀수 경로 다변화, 신규 루트 등장, 지방공항 루트 개척. 전부 단속을 피하려는 시도 자체가 늘었다는 뜻이다. 가격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필로폰 1회분 3만 5천 원.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을 만큼 풍부해졌다는 시장 신호다.
한국중독범죄학회의 암수율 추정 28.57배를 다시 적용해보면, 국경에서 3,318kg을 잡았을 때 실제 유입량은 그보다 훨씬 많다. 적발량 증가를 "관세청이 잘하고 있다"로 읽는 건, 응급실 환자 수가 늘었다는 통계를 보고 "병원이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 비중 추이다. (아시아경제 보도, 원 출처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
5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거래의 절반 가까이가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이 온라인 거래를 단속하려면 위장수사가 필수라는 건 앞에서 설명했다. 예산이 0원인 상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통 채널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거다.
대검찰청 통계 기준, 10~30대가 전체 마약사범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10대 사범은 2023년에 ⚡ 1,477명 으로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이 유통된 사례도 보도됐다. 마약사범 재범률은 최근 5년 평균 50.68%(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잡아서 처벌해도 2명 중 1명은 다시 한다. 잡지도 못하면 이 순환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2025년 추경에서 특활비 40억 복원!" 이런 뉴스가 나왔었다. 근데 2025년 검찰 특활비 실제 집행액은 0원이었다.
0원. 복원해놓고 0원.
예산안에 "검찰개혁 입법이 완료된 뒤에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이 붙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입법이 2025년 안에 완료되지 않았으니, 돈은 있는데 쓸 수 없었다. 2026년은? 정부안 72억이 국회 법사위에서 31.5억으로 절반 넘게 깎였다. 부대의견이 또 붙었다. "집단행동에 참여한 검사장 재직 검찰청은 집행 불가", "민생 사범 수사에만 집중", "법무부 장관 사전 보고 후 집행".
2026년 4월 현재, 검찰개혁 입법은 미완료.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이 10월 예정,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6월 이후 입법예고. 특활비가 정상 집행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예산서에 숫자가 있다는 것과 현장에 돈이 있다는 건 다른 이야기다. 지금 상황은 "복원됐다"가 아니라 "복원된 척하고 있다"에 가깝다.
마약 문제의 원인이 특활비 하나는 아니다. 수요 측면(중독 치료 인프라 부족, 재범률 50%), 공급 측면(국제 밀수 네트워크의 고도화), 온라인 플랫폼의 익명성, 신종 마약의 확산.. 원인은 복합적이다.
이 중에서 지금 가장 빠르게 고칠 수 있고, 고치면 가장 즉각적인 효과가 나는 게 특활비 복원이다. 치료 인프라를 짓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국제 밀수 네트워크 차단은 외교·관세 차원의 장기 과제다. 근데 위장수사 예산 배정은 의지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
특활비가 복원된다고 마약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근데 특활비가 없으면 다른 모든 대책도 효과가 반감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 90개를 만들어도, 현장에서 위장수사 한 건 못 하면 그건 종이 위의 계획이다. 특활비는 마약 수사 체계의 병목이다. 여기가 막히면 전체가 멈춘다.
검거는 되고 있다. 뉴스도 나온다. 그래서 괜찮아 보인다.
근데 지금 잡히고 있는 건 누구인가. 던지기 현장에서 걸리는 말단, 국경에서 적발되는 밀수범, 첩보로 잡히는 단순 투약자. 이 사람들은 특활비 없이도 잡을 수 있다.
못 잡고 있는 건 누구인가. 텔레그램으로 유통망을 운영하는 중간 총책, 가상화폐로 돈세탁하는 자금 라인, 해외에서 국내 시장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상위 조직. 이 사람들을 잡으려면 위장수사가 필수다. 그 위장수사가 1년 넘게 0건이다.
잡히는 사람은 계속 잡히고, 못 잡는 사람은 점점 더 안전해지는 구조. 말단은 순환하고, 조직은 비대해진다.
이건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진영의 문제도 아니다. 떡값으로 특활비를 돌려 쓴 검찰도 잘못했고, 그 대응으로 예산 전체를 0으로 만든 국회도 잘못했다. 근데 그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건 마약 수사 현장이고, 결국에는 마약이 퍼지는 사회 전체다.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수사력도 유지하는 구조는 가능하다. 미국 DEA가 별도 감사 체계로 하고 있고, 우리도 만들 수 있다. "투명성이냐 수사력이냐"는 잘못된 이분법이다.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한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다.